일상

[일상] 문과 비전공자 백엔드 지향 개발자 취업준비 근황

Sigfriede 2024. 6. 19. 23:17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다. 너무 딱딱한 제목인가. 하지만 이 글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문장이다. 몇 달째 글을 작성하지 않아서 혹시 이 사람도 포기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을까봐서 미리 선수치는 것이기도 하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제법, 어쩌면 아주 잘 살고 있다. 누군가는 내 근황이 궁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의 방문자가 꾸준히 있다는 건 그만큼 개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듯도 해서, 문과 비전공생이 개발자 도전기를 간략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작년 3월에 개발 온라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9월 말 무렵에 끝이 났다.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든 건 올해 초부터였는데 이력서부터 자소서까지 개발괴발로 써서 지원한 수십 군데 모두 칼같이 떨어졌다. 어쩌다 면접이 한 군데 붙어서 지방에서 서울까지 왕복 네 시간, 십 만원이라는 금액을 들여서 간 곳에서는 사실 경력자를 뽑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력서에 다 적혀있을테니 몰라서 부른 건 아닌 것 같고 이제 생각해보면 돌려서 불합격이라는 말을 해주셨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포트폴리오도 준비 안 했고, 첫 면접이었다보니 아이스브레이킹용 가벼운 질문에도 벌벌 떨면서 대답했으니 그럴 수밖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싫었다. 처음에는 그저 면접을 망쳤다는 생각에 회사를 박차고 나오면서 낯선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눈물도 조금 보였다.

  두 번째 면접은 인근 지역에서 한다는 취업 박람회에서 열린 간이 면접이었다. 처음 면접을 망쳐서였는지 이번에도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꽤 초조했다. 막상 면접에 돌입하니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붙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떨어졌다.

  세 번째 면접도 본가에서 멀지는 않은 곳이었다. 면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형식상의 질문이 많았다. 개발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는지, 팀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아 했는지 같은 뻔한 것들이었다. 기술 질문 같은 것들도 달달 외워 갔는데 그런 것들은 하나도 물어보시지 않아서 나한테는 별로 기대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한 질문들이었으므로 대답은 잘 했지만 이번에도 불합격이라는 의미모를 확신이 있었다. 면접은 애매하게 점심시간에 걸친 시간에 진행되었는데, 면접을 보고 나와서 밥을 먹으며 면접 내용을 곱씹었다. 며칠동안 이번엔 어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하나 고민했는데, 갑작스레 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다. 다음 주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물음에 나는 냉큼 된다고 했고, 주말에 집을 보고 바로 계약해서 어영부영 첫 자취까지 하게 되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많이 우울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불황임에도 취업 준비 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썰에 나올법한 이상하리만치 무례한 면접관을 만나지도 않았다. 팀원 분들도 다정해서 적응하기까지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모르는 게 있어 물어보면 친절히 답변해주는 편이다. 입사한 지는 벌써 세 달을 넘겼고, 여전히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학원에서 배웠던 방식과는 꽤 거리가 멀어서 같은 자바 언어를 쓰고 있음에도 아직도 낯설다. 프론트도 해야해서 자바스크립트도 알아야 하고(프레임워크를 써서 많은 걸 알지는 않아도 된다), 또 학원에서는 JPA 기술을 주로 썼기 때문에 직접 쿼리짤 일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 직장에서는 매일매일 쿼리 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에는 퇴근하고 나서. '초보자를 위한 SQL 200제'라는 책을 보면서 쿼리를 연습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정보처리기사도 필기는 한 번에 붙었는데 실기 떨어져서 다시 준비해야 한다 히히... 앞으로는 시간 날 때 공부한 것들을 다시 적어볼까 한다. 취업하자마자 직장이 너무 바빠서 일정에 끌려다니면서 블로그 작성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벌써 네 달이나 지났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퇴사하고 싶었다. 직장에 다니기 전까지는 취업만 하면 어떤 코드든 짜주지 싶은 마음이었는데도 막상 직장 다니게 되니 코드한테 두들겨 맞는 것 같았다. 일이 고된 것보다도 개발 일이 나랑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냥 개발자로 살기로 했다. 알 수 없는 버그가 발생할 때마다 한숨이 튀어나오고 머리를 부여잡지만, 그럼에도 고쳐나간 버그를 보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하지만 다들 나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제법 위로가 된다.

  근황은 대충 이쯤 마무리하면 될 것 같다. 개인의 기억을 줄줄이 나열할 뿐인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리는 없겠지만 약간의 공감과 위안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눈을 뜨면 불안하기만한 이 세상 속에서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